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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제3편] 이성이란 무엇인가? 감정이라는 야생마를 길들이는 지혜의 고삐

by 소구리 2026. 8. 15.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인가?" [제3편]

안녕하세요.

지난 2편에서 우리는 감정이 결코 죄가 아니며, 우리의 생존을 위해 뇌가 고안해낸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도구라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감정은 우리에게 닥친 위험을 신속하게 알리고, 생존에 필요한 신체적 상태를 즉각적으로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현대 사회에서 감정 시스템의 과부하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괴로워하는지도 목격했습니다. 감정의 파도에 온전히 휩쓸려 삶의 방향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게 봅니다.

바로 이때 필요한 것이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 이성(Reason)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성을 감정과 대립하는 차가운 능력으로 여기지만, 30년 동안 마음의 치유를 연구하면서 제가 깨달은 이성의 진짜 역할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강력한 야생마가 우리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도록 길들이는 지혜의 고삐입니다. 감정이 없다면 우리는 동기를 잃고 멈춰 서게 되지만, 이성이 없다면 우리는 폭주하는 감정의 야생마에 이끌려 벼랑 끝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3편에서는 뇌과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이성의 정체를 파헤치고, 어떻게 하면 이성의 고삐를 단단히 쥐고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 이성의 주소는 뇌의 가장 늦게 진화한 부위이자 가장 앞쪽에 위치한 전두엽(Frontal Lobe), 그중에서도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입니다. 인간의 전전두엽은 다른 동물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비대하게 발달해 있습니다. 편도체를 위시한 변연계가 공포, 분노, 기쁨 같은 즉각적이고 원초적인 감정을 만들어낸다면, 전전두엽은 이 감정 신호를 종합하여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충동을 조절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에게 불합리한 비난을 들었을 때를 상상해 보십시오.

변연계의 편도체는 즉각적으로 분노와 억울함의 불꽃을 터뜨립니다. 초원의 뇌는 당장 상사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을 날리라고 명령합니다. 이때 전전두엽, 즉 이성의 뇌가 개입합니다. 전전두엽은 '지금 여기서 화를 내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어, 내달 카드값을 생각해야 해, 차라리 지금은 참고 나중에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이직을 준비하는 게 이득이야.'라고 상황을 분석하고 행동을 제어합니다. 즉, 이성은 감정이라는 즉각적인 반응과 행동 사이에 판단이라는 시간을 벌어주는 브레이크 시스템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이중 프로세스 이론(Dual Process Theory)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대니얼 카너먼 교수가 제안한 시스템 1과 시스템 2가 그것입니다. 시스템 1은 직관적이고, 빠르며, 감정적이고, 노력이 거의 들지 않는 자동적인 사고방식입니다. 편도체 주도의 생존 반응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 시스템 2는 논리적이고, 느리며, 이성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사고방식입니다. 전전두엽 주도의 판단 과정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시스템 2, 즉 이성의 뇌는 에너지를 매우 많이 소모한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뇌는 전체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몸 전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하는데, 그중에서도 전전두엽은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부위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지치거나, 배가 고프면 이성의 고삐가 쉽게 느슨해집니다.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쉽게 욱하거나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그것은 이성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수면이 부족하고 스트레스가 높은 상태에서는 전전두엽의 조절 기능 자체가 떨어진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상태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단단한 이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신체의 건강이 필수적입니다. 30년 동안 건강에 대한 글을 쓰며 제가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신체와 마음의 연결☜입니다. 전전두엽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충분한 수면, 영양가 있는 식사,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특히 운동은 전전두엽으로 가는 혈류량을 늘리고 신경세포 생성에 도움을 주어 이성의 고삐를 단단히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입니다.

 

또한, 이성은 훈련을 통해 강화할 수 있습니다. 3편에서 제시하는 가장 강력한 이성 강화 훈련은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메타인지는 내 생각이 올바른지, 내 감정이 정당한지를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내면의 눈입니다. 감정의 파도가 밀려올 때, "아, 지금 내 변연계가 분노를 만들어내고 있구나, 그런데 이 분노가 지금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까? 혹시 내가 상황을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스스로 묻는 과정입니다. 이것이 바로 30년 경험이 축적된 지혜의 핵심입니다.

 

이성은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보내는 신호를 이성이라는 필터로 걸러내어, 그 에너지를 삶의 건설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능력입니다. 이성의 고삐가 단단할 때, 우리는 감정이라는 거친 야생마를 길들여 삶의 위대한 창조를 이끌어내는 고귀한 기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이글을 읽는 여러분이 차가운 논리 속에 감춰진 따뜻한 이성의 지혜를 깨닫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주인이 되는 그날까지, 저의 글은 여러분의 단단한 지혜의 고삐가 되어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에서 말씀드린 신체와 마음의 연결은 사실 제가 오래전부터 붙들고 있던 화두입니다.

중학생 시절 샘터라는 소책자에서 법정 스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우주가 곧 나요 내가 곧 우주이니." 라는 한 문장이었습니다. 그 문장을 며칠 동안 잠 못 이루며 곱씹었고, 지금까지도 가끔씩 꺼내어 생각합니다.

현대의학은 사람을 몸과 마음 둘로 나누어 보고, 동양의학은 그 둘을 하나로 봅니다. 어느 쪽이 옳은가를 두고 제가 오래 생각해 온 내용을 예전에 다른 글에 정리해 둔 적이 있습니다. 오늘 글의 뿌리가 되는 이야기라 함께 남겨둡니다.
시리즈로 나오니 같이 참고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현재 1~3편의 글이 있습니다.)

https://hwk1806.co.kr/entry/우주가-곧-나요-내가-곧-우주이니-1편
 
 

우주가 곧 나요, 내가 곧 우주이니! (1편)

위의 제목은 중학교 시절 "샘터"리는 소책자에서 읽었는데 저의 기억으로는 법정스님의 글이라고 생각 합니다. 이글을 읽고 나자마자 저는 많은 생각에 몇 날 몇일을 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hwk1806.co.kr

 

 

♠ 참고자료:

  1.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이진원 역, 김영사, 2012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이중 프로세스 이론 및 이성의 작동 기전 부문)
  2. 안토니오 다마시오, "데카르트의 오류", 임지원 역, 흐름출판, 2007 (전전두엽 손상 환자 사례를 통한 이성과 감정의 상호작용 및 전전두엽의 역할 부문 교차검증)

 

 

※ 본 글은 건강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학적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시면 전문의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