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50대 건강 멘토 소구리입니다.
이웃 어르신이 병원에 실려 가신 적이 있습니다. 며칠 밥맛이 없고 기운이 없다고만 하셨고, 열도 기침도 없었습니다. 응급실에서 찍은 사진에 폐 한쪽이 하얗게 차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1. 나이가 들면 병이 얼굴을 바꿉니다
젊은 사람이 폐렴에 걸리면 알기 쉽습니다. 열이 펄펄 끓고 기침이 터지고 가래가 누렇게 나옵니다. 몸이 세균과 싸우고 있다는 신호를 요란하게 보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그 신호 체계 자체가 약해집니다. 열을 올릴 힘이 없어 체온이 정상이거나 오히려 떨어지기도 합니다. 기침 반사도 둔해져 가래를 밖으로 내보내지 못합니다.
대신 이런 모습으로 옵니다. 갑자기 밥을 안 드십니다. 며칠째 기운이 없다고 누워만 계십니다. 평소 안 하시던 엉뚱한 말씀을 하십니다. 멀쩡히 걷던 분이 이유 없이 넘어지십니다. 가족들은 노환이려니 하고 지켜보다가 때를 놓칩니다.
2. 그래서 주사 한 대가 값진 것입니다
폐렴을 일으키는 세균 가운데 가장 흔한 놈을 미리 막아 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나라에서 만 65세가 넘은 분들께 평생 한 번, 값을 받지 않고 놓아 드립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기억하시면 됩니다. 독감처럼 해마다 다시 맞는 것이 아니라 딱 한 번이라는 것, 그리고 동네 보건소와 지정된 병의원 어디서든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세균이 폐에만 머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피를 타고 온몸으로 번지거나 뇌를 감싼 막까지 올라가면 그때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백신이 특히 막아 주려는 것이 바로 그런 상황입니다.
3. 두 대를 한 날에 맞아도 되는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답은 됩니다.
독감 주사는 왼팔, 폐렴 주사는 오른팔. 이렇게 나눠 맞으면 됩니다. 같이 맞았다고 효과가 깎이거나 몸이 더 힘들어진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함께 맞기를 권하는 쪽입니다. 병원을 두 번 오가는 수고가 사라지고, 무엇보다 독감을 앓고 난 뒤 곧바로 세균성 폐렴이 따라붙는 일이 흔하기 때문입니다. 두 방패를 같은 날 세워 두는 셈이지요.
한쪽 팔에 몰아서 맞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리를 손가락 두 마디쯤 떨어뜨려 놓습니다. 부담스러우시면 날짜를 나누셔도 됩니다. 사이에 며칠을 두어야 한다는 규칙도 없습니다.
4. 맞고 나서 팔이 유난히 아플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주사는 독감 주사보다 팔이 더 아픕니다. 맞은 자리가 벌겋게 붓고 눌리면 욱신거립니다. 하루 이틀이면 가라앉지만 처음 겪는 분은 놀라실 수 있습니다.
부기가 심하면 찬 물수건을 대 주십시오. 그날 저녁 술자리와 무거운 것 드는 일은 미루시는 편이 좋습니다.
열이 나는 중이거나 몸살로 앓아누워 계신 날은 돌아서십시오. 회복하신 뒤에 가도 늦지 않습니다.
5. 예전에 맞았는지 기억이 안 나신다면
평생 한 번이다 보니 이 질문이 참 많습니다. 십 년 전 보건소에서 무언가 맞은 것 같기는 한데 그게 이것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방법이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에서 본인 확인을 거치면 지난 기록이 그대로 나옵니다. 컴퓨터가 어려우시면 보건소에 전화 한 통으로도 확인됩니다.
혹시 모르고 한 번 더 맞더라도 큰일이 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팔이 꽤 아플 수 있으니 확인하고 가시는 편이 낫습니다.
6. 주사 말고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저는 백신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이를 잘 닦으셔야 합니다. 입안에 사는 세균이 잠든 사이 목구멍을 넘어 폐로 흘러 들어가 폐렴을 일으키는 경우가 어르신들께 아주 흔합니다. 칫솔질이 폐렴 예방법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틀니를 쓰시는 분은 밤에 반드시 빼서 닦아 두셔야 합니다.
둘째, 사레를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물 마시다 자주 켁켁거리신다면 삼킴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식사하실 때 등을 세우고, 한 숟갈씩 천천히, 텔레비전을 끄고 드시는 것만으로도 위험이 줄어듭니다.
셋째, 담배는 기도의 청소 기능을 직접 망가뜨립니다. 이 나이에 끊어서 뭐하냐고 하시는 분들께, 끊은 그날부터 달라진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7. 쉰 살, 예순 살은 어떻게 하나
무료 명단에 들지 못한 분들이 많이 물어보십니다. 저는 두 가지 경우에는 돈을 내고라도 맞으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담배를 피우시는 분, 그리고 당뇨나 심장, 폐, 콩팥 쪽으로 약을 드시는 분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폐렴은 단순한 폐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지역에 따라 나라 기준과 별개로 예순 살부터 지원해 주는 곳도 있습니다. 보건소 공지 한 번 훑어보실 만합니다.
종류를 두 가지 다 맞는 방법도 있는데, 어느 것을 먼저 맞았느냐에 따라 다음 것까지 띄워야 할 기간이 달라집니다. 이건 반드시 진료실에서 계획을 잡으셔야 합니다.
8. 이 신호가 보이면 서두르십시오
어르신 폐렴은 조용히 오지만 완전히 티가 안 나는 것은 아닙니다. 눈여겨볼 대목이 있습니다.
숨 쉬는 속도입니다. 가만히 앉아 계실 때 가슴이 오르내리는 횟수를 1분간 세어 보십시오. 스물너덧 번을 넘어가면 몸이 산소가 모자라 애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말하는 모습도 봅니다. 한 문장을 끝까지 말하지 못하고 중간에 숨을 고르신다면 그냥 넘길 일이 아닙니다. 입술이나 손톱 밑이 푸르스름하다면 곧바로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
평소와 다른 상태가 이틀 넘게 이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병원에 가 보실 이유는 충분합니다.
9. 맺으며
이웃 어르신은 3주 만에 퇴원하셨습니다. 그해 가을 아드님이 제일 먼저 하신 일은 두 가지 주사를 한날에 맞혀 드린 것이었습니다. 부모님 모시고 병원 가실 일이 있으면 양쪽 팔을 다 쓰시기 바랍니다. 열 없이 오는 폐렴을 기다릴 이유는 없습니다.
이 글은 정보 공유를 위한 것이며 접종 여부는 의료진 예진으로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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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질병관리청, 65세 이상 성인 폐렴구균 예방접종 지원사업 안내
2.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예방접종 기록 조회 및 동시접종 안내
3.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폐렴·흡인성 폐렴 항목
4. 통계청, 사망원인통계(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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