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건강 멘토 소구리입니다.
약국에서 가장 망설임 없이 팔리는 약 가운데 하나가 철분제입니다.
어지럽다고 하면 주위에서도 권합니다. 빈혈인가 보다, 철분제 하나 먹어 봐라.
대개는 그것으로 조금 나아집니다.
그래서 더 묻지 않게 됩니다. 그 지점이 오늘 글에서 말씀드리려는 자리입니다.
빈혈은 진단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빈혈은 피가 산소를 실어 나르는 힘이 떨어진 상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결과지에 빈혈이라고 적혀 있다면, 그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왜 떨어졌느냐는 질문입니다.
젊은 여성이라면 답이 비교적 분명합니다. 매달 빠져나가는 양이 있습니다.
그런데 쉰을 넘긴 남성이라면, 또 폐경이 지난 여성이라면 그 답이 없습니다.
매달 나갈 자리가 없는데 철이 모자란다면 어딘가에서 새고 있다는 뜻입니다.
1. 하루에 한 숟가락씩 새는 피
우리 몸에서 피가 조용히 새어 나갈 수 있는 자리는 위와 대장입니다.
궤양이 있을 수도 있고, 용종이 있을 수도 있고, 종양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새는 피는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하루에 아주 조금씩 오래 새면 대변 색이 눈에 띄게 변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본인은 모릅니다. 몇 달, 길게는 몇 해가 지나 철이 바닥난 뒤에야
검진 결과지에 숫자로 나타납니다.
철분제는 그 숫자만 올려 줍니다.
새는 자리는 그대로 두고 물을 부어 채우는 셈입니다.
당장은 덜 어지럽고 기운도 납니다. 그래서 더 늦어집니다.
2. 이 나이대의 원칙은 정해져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쉰이 넘은 남성과 폐경이 지난 여성에게서 철이 부족한 빈혈이 확인되면
위와 대장을 들여다보는 것을 원칙으로 삼습니다.
대변 잠혈검사를 먼저 하고 내시경으로 확인합니다.
이것은 겁을 주려는 절차가 아니라 순서를 지키는 절차입니다.
대부분은 궤양이나 위염처럼 가벼운 이유로 밝혀집니다.
다만 그 나머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모두에게 같은 순서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3. 몸은 천천히 말합니다
빈혈은 갑자기 오지 않습니다. 천천히 내려가기 때문에 몸이 거기에 적응합니다.
그래서 본인보다 주변이 먼저 알아채는 일이 많습니다. 얼굴색이 그렇습니다.
돌아보시면 이런 것들이 있었을 겁니다.
예전 같으면 쉬지 않고 오르던 계단에서 한 번 멈춰 서게 된 것.
설거지를 하다 허리를 펴면 잠깐 아득해지던 것.
손톱이 얇아져 잘 갈라지고, 가운데가 살짝 꺼져 보이던 것.
입꼬리가 자주 갈라져 연고를 발랐던 것.
나이 탓이라 여기며 넘긴 일들이 한 줄로 이어지면 다른 그림이 됩니다.
4. 그러면 무엇부터 하나
먼저 올해 검진 결과지에서 혈색소 칸을 보십시오.
남성은 13, 여성은 12가 기준선입니다. 그 아래면 빈혈로 봅니다.
그다음은 병원에서 페리틴을 확인하시는 것입니다.
몸에 저장해 둔 철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보여 주는 수치입니다.
혈색소가 아직 기준선 위여도 저장분이 비어 가고 있으면 미리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이 남습니다.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마지막으로 받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잘 안 나신다면, 그것 자체가 오늘 글의 답일지 모릅니다.
철분제는 그 뒤에 드셔도 늦지 않습니다.
드시게 되면 커피나 녹차와 함께 드시지 마시고,
수치가 올라온 뒤에도 몇 달은 더 드셔야 저장분이 찹니다.
5. 마무리
어지러운 것은 증상이고, 빈혈은 상태이고,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셋을 구분하시면 순서가 보입니다.
철분제 한 통을 사기 전에 병원 한 번을 먼저 다녀오시는 것,
쉰을 넘긴 우리 나이에는 그 순서가 맞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검게 나오는 대변이나 안정 시 호흡곤란이 있으시면 바로 진료를 받으십시오.
참고한 자료 :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철결핍성 빈혈,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철결핍빈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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