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건강 멘토 소구리입니다.
몸에는 아프다고 소리치는 장기가 있고, 끝까지 조용한 장기가 있습니다.
이가 썩으면 밤에 잠을 못 자게 하고, 허리가 상하면 걷지 못하게 합니다.
그런데 조용한 쪽은 다릅니다. 콩팥이 그렇습니다.
콩팥은 기능이 절반 아래로 내려갈 때까지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장기의 소식은 몸이 아니라 종이로 옵니다. 건강검진 결과지입니다.
1. 주먹만 한 두 개가 하는 일
콩팥은 등 쪽 허리께에 하나씩, 주먹만 한 크기로 들어 있습니다.
하는 일은 간단히 말해 거르는 일입니다.
하루 종일 피가 이곳을 지나갑니다.
몸에 필요한 것은 돌려보내고, 남은 노폐물과 물은 소변으로 내보냅니다.
그 과정에서 혈압도 조절하고, 뼈와 피를 만드는 일에도 관여합니다.
그러니 콩팥이 느려지면 몸 여기저기가 같이 흔들립니다.
다만 그 흔들림이 아주 늦게 느껴질 뿐입니다.
2. 결과지에서 이 숫자를 찾아보십시오
검진 결과지에 사구체여과율이라고 적힌 칸이 있습니다. 영어로 eGFR이라 쓰여 있기도 합니다.
이 숫자가 콩팥이 1분에 피를 얼마나 걸러 내는지를 말해 줍니다.
90 이상이면 정상이고, 60 아래로 내려가면 기능이 떨어진 것으로 봅니다.
여기서 많이들 오해하십니다.
60 아래라고 해서 그날로 병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상태가 3개월 넘게 이어질 때 만성콩팥병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이 숫자를 한 장으로 보시면 안 됩니다.
작년 것, 재작년 것을 나란히 놓고 흐름으로 보셔야 합니다.
92에서 71로, 71에서 63으로 내려오고 있다면 숫자는 아직 정상이어도 이야기가 다릅니다.
3. 왜 하필 우리 나이인가
콩팥을 망가뜨리는 첫 번째 원인은 당뇨병입니다. 두 번째가 고혈압입니다.
이 둘이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공교롭게도 그 둘은 오십을 넘기면서 늘어나는 병입니다.
혈당과 혈압이 높은 상태로 몇 해가 지나면 그 부담이 콩팥의 가느다란 혈관에 쌓입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진통제입니다.
무릎이 쑤시고 허리가 아파 약국에서 소염진통제를 사다 오래 드시는 분이 많습니다.
필요할 때 쓰는 약이지만, 습관처럼 오래 드시면 콩팥에 부담이 됩니다.
4. 조용한 장기가 처음 내는 소리
증상이 없다고 말씀드렸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작고 사소해서 넘기기 쉬운 모양으로 옵니다.
소변에 거품이 일고 잘 꺼지지 않습니다.
물 내리는 힘 때문에 이는 거품은 금방 사라지지만,
단백질이 새어 나와 생긴 거품은 한참을 그대로 있습니다.
발등과 눈 주위가 붓습니다.
저녁에 신발이 꽉 끼거나, 아침에 눈두덩이 부어 있는 날이 잦아집니다.
밤에 소변 때문에 자주 깹니다.
나이 탓이려니 하고 넘기시는 자리입니다.
여기에 이유 없는 피로, 입맛 없음, 가려움이 따라붙기도 합니다.
하나하나는 별것 아닌 것들이라, 모아 놓고 봐야 보입니다.
5. 한 번 잃으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 병이 무서운 이유는 통증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한 번 망가진 콩팥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치료의 목표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늦추는 것입니다.
늦출 수 있느냐 없느냐가 투석을 받느냐 마느냐를 가릅니다.
그 갈림길이 결과지의 숫자 한 칸에서 시작됩니다.
60 아래 숫자를 보고 3개월 뒤 다시 재 보러 가신 분과,
그냥 접어 서랍에 넣은 분의 십 년 뒤는 다릅니다.
6. 오늘 하실 수 있는 네 가지
첫째, 지난 검진 결과지를 꺼내 사구체여과율 칸만 표시해 두십시오.
해마다 어떻게 변했는지 한눈에 보이게 만드시는 것이 시작입니다.
둘째, 국물을 남기십시오.
싱겁게 먹으라는 말이 막연하다면 국물부터 남기시면 됩니다.
셋째, 진통제를 습관으로 드시지 마십시오.
오래 드셔야 할 상황이면 의사와 상의해 종류를 정하십시오.
넷째, 당뇨와 고혈압이 있으시면 그 두 가지를 목표 안에서 관리하십시오.
콩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결국 이것입니다.
몸에 좋다는 즙이나 달인 물을 콩팥에 좋겠거니 하고 드시는 일은 권하지 않습니다.
성분을 알 수 없는 것을 거르는 일은 결국 콩팥이 합니다.
마무리
아프지 않다는 것이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용한 장기일수록 숫자로 말을 겁니다.
올해 검진 결과지를 아직 안 펴 보셨다면 오늘 저녁에 한 번 펴 보십시오.
사구체여과율 한 칸만 보시면 됩니다. 그 한 칸이 오늘 글의 전부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거품뇨나 부종이 있으시면 가까운 내과나 신장내과에서 진료를 받으십시오.
참고한 자료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만성콩팥병,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만성 콩팥병
(참고문헌)
사구체여과율 90 이상 정상, 60 미만이 3개월 이상이면 만성콩팥병
질병관리청 / 서울대학교병원
원인 1위 당뇨병, 2위 고혈압
서울대학교병원(당뇨 49퍼센트, 고혈압 21퍼센트)
초기 무증상, 진행하면 거품뇨·부종·피로·식욕 감소·가려움
서울대학교병원 / 질병관리청
소염진통제 등 신독성 약물 주의, 저염식, 금연
질병관리청 / 서울대학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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