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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작은 병이 큰 병이 된다 - 제1편]

by 소구리 2026. 8. 3.

칫솔에 묻어나던 그 붉은 자국, 저는 10년을 모른 척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인생 후반전을 함께 준비하는 건강 멘토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양치를 하다가 뱉은 거품이 분홍빛이었나요?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칫솔모가 좀 셌나 보네."

"어제 잠을 설쳐서 그런가."

"피곤하면 원래 잇몸에서 피 나잖아."

 

저는 이 말들을 진료실에서 20년 동안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을 하는 분들의 표정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걱정이 아니라 '민망함'입니다. 병원에 올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괜히 유난 떠는 것 같아서, 말끝을 흐리십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 몸에서 피가 나는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곳이, 입 말고 또 어디 있습니까.

손가락을 베어 피가 나면 우리는 즉시 반응합니다. 소변에 피가 비치면 그날로 병원에 달려갑니다. 그런데 유독 잇몸에서 나는 피만은, 우리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못 본 척합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작은 병이 큰 병이 된다] 시리즈의 첫 문을, 저는 이 붉은 거품 이야기로 열려고 합니다.

 

1.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병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감기라고 답하셨다면, 아쉽지만 틀렸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외래 다빈도 상병 통계에서 몇 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질환은 '치은염 및 치주질환'입니다. 2024년 한 해에만 약 1,958만 명이 이 병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이 넘습니다. 

숫자를 다시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1,958만 명.

이 말은 곧,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옆자리, 여러분의 배우자, 여러분의 형제자매 중 누군가는 반드시 이 병을 앓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중 대다수는 자신이 병에 걸렸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프지 않기 때문입니다.

치주질환의 가장 무서운 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 병은 아프지 않게, 조용히, 아주 천천히 진행됩니다. 통증이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면 이미 잇몸뼈가 상당 부분 녹아내린 뒤입니다. 그리고 한번 녹아버린 잇몸뼈는 저절로 다시 차오르지 않습니다. 일부는 수술적 재생 치료로 되살릴 수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처음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 저는 이빨이라면 너무나 고통이 심하였습니다. 자고나면 이빨이 빠져 있었으니까요.뿐만 아니라 얼굴 좌,우 옆을 타고 머리 위 부분의 좌,우까지 통증이 왔었습니다.치주질환으로 인한 고통은 말로 다 할수 없었습니다. 】

2. 잇몸의 피는 '상처'가 아니라 ''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십니다.

 

"잇몸에서 피 좀 나는 게 뭐 대수인가. 입안 일인데."

 

입안 일이 아닙니다.

 

건강한 잇몸은 칫솔질을 아무리 세게 해도 쉽게 피가 나지 않습니다. 피가 난다는 것은 잇몸 조직에 이미 염증이 있고, 그 부위의 혈관벽이 약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 혈관이 노출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 입안에는 수백 종의 세균이 살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잇몸이라는 튼튼한 방벽이 이들을 몸 안으로 들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방벽이 헐고 피가 비친다는 것은, 세균이 혈관 안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열렸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심장 동맥의 죽상경화반(혈관벽에 낀 기름때 덩어리)을 분석한 연구들에서,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세균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입안에 있어야 할 것이 심장 혈관에서 나온 것입니다.

3. 숫자가 조용히 말하고 있는 것

전 세계에서 진행된 여러 대규모 연구를 모아 분석한 결과들을 보면, 치주질환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대략 20~30퍼센트가량 높게 관찰됩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 관상동맥질환 위험 약 20% 증가

· 심근경색 위험 약 14% 증가

· 뇌졸중 위험 약 26% 증가

 

특히 눈여겨보실 대목이 있습니다. 이 위험 증가는 65세 이하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노년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한창 일하고 계신 40대와 50대의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다만 여기서 저는 정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연관성'이지 '인과관계'가 완전히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잇몸병이 심장병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흡연, 당뇨, 비만처럼 잇몸과 심장 양쪽 모두를 나쁘게 만드는 공통 원인이 뒤에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 이야기를 꺼냈을까요.

 

인과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안심할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더 주목해야 할 이유입니다. 잇몸 출혈이 심장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든, 아니면 몸 어딘가에 만성 염증이 번지고 있다는 신호등이든, 결론은 같습니다.

 

몸이 무언가를 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4. 이미 늦어지고 있다는 다섯 가지 신호

아래 항목 중 두 개 이상 해당된다면, 이 글을 다 읽으신 후 달력을 펴시기 바랍니다.

 

첫째, 칫솔질할 때 습관적으로 피가 납니다.

'가끔'이 아니라 '거의 매번'이라면 이미 잇몸염 단계를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이를 닦아도 입냄새가 개운하지 않습니다.

잇몸 속 깊은 주머니에서 세균이 만들어내는 냄새는 칫솔이 닿지 않습니다.

 

셋째, 이가 예전보다 길어 보입니다.

이가 자란 것이 아니라 잇몸이 내려앉은 것입니다. 잇몸뼈가 녹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넷째, 찬물이 시립니다.

잇몸에 덮여 있어야 할 치아 뿌리가 드러났다는 뜻입니다.

 

다섯째, 음식을 씹을 때 특정 이가 미세하게 흔들립니다.

이 단계라면 미루실 시간이 없습니다.

5. 그래서 오늘, 무엇을 하면 됩니까

거창한 것을 권해드리지 않겠습니다. 지키지 못할 계획은 안 세우느니만 못하니까요.

 

첫째, 스케일링을 예약하십시오.

19세 이상이면 연 1회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본인부담금은 치과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만 원대 중반이면 됩니다. 커피 서너 잔 값입니다. 그 돈이 아까워 잇몸뼈를 잃는 분들을 저는 너무 많이 봤습니다. 올해 아직 안 받으셨다면 오늘이 그날입니다.

(적용 시점은 치과에서 조회하면 바로 확인됩니다. 예약 전화하실 때 물어보시면 됩니다.)

 

둘째, 칫솔질 시간을 재보십시오.

대부분 스스로는 3분을 닦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재보면 40초 남짓입니다. 휴대폰 타이머를 켜고 딱 한 번만 해보시면 압니다.

 

셋째,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하나만 들이십시오.

치주질환은 치아 표면이 아니라 치아와 치아 사이, 잇몸 경계에서 시작됩니다. 칫솔은 그곳에 닿지 않습니다. 하루 한 번, 자기 전에만이라도 충분합니다.

 

넷째, 담배를 피우신다면 이 항목이 앞의 세 개를 전부 합친 것보다 중요합니다.

흡연은 잇몸의 혈류를 막아 출혈조차 나지 않게 만듭니다. 신호를 지워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흡연자의 잇몸병은 아무 경고 없이 훨씬 깊이 진행됩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

우리는 큰 병을 두려워합니다. 암 검진 결과를 기다리며 잠을 설치고, 혈압 수치 하나에 마음을 졸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큰 병들은, 대부분 아주 작은 얼굴로 먼저 찾아옵니다.

 

칫솔에 묻은 붉은 자국.

계단에서 잠깐 찬 숨.

아침마다 뻣뻣한 손가락.

 

몸은 언제나 작은 목소리로 먼저 말합니다. 우리가 그 목소리를 듣지 않으니, 결국 소리를 지르는 것뿐입니다.

오늘 저녁, 양치를 하시고 뱉은 거품을 한 번만 유심히 봐주십시오. 그리고 붉은 기가 비친다면, 그것을 '별일 아닌 것'의 목록에서 지워주십시오. 

그 한 번의 관심이, 10년 뒤 여러분의 심장을 지킬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건강한 잇몸과 튼튼한 심장을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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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2 - "소화제로 버틴 3, 식도는 이미 다른 세포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본 글은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시면 반드시 치과 또는 관련 진료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